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선천적으로 아름답게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수술을 해서라도 미를 얻고자 했다. 빼어난 외모, 그것은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권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지금 우리나라엔 천박한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해 있습니다. 외모가 출중한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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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쓴 책을 매일 읽어요.” 첫 만남에서 나온 그녀의 한 마디였다. 그녀는 자신을 기억해 주는 여자로 소개했다. 잊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다소 모호한 설명을 덧붙이며. 명함도 꺼내 보여주었다. <기억해 주는 여자, 이해영> 특별히 의심되지는 않았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딸랑.” 문이 열렸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그녀는 익숙하게 내 앞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이 아니시죠?” 내 물음에 고개를 한 번. 까닥인다. “어떤 걸 원하시나요?” “미련을 버리려고요.” 그러고는 가방 안에 들어있던 미련을 조심히 꺼내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그 크기를 보니 꽤나 오랜 시간 끌어안았던…
주치의 선생님은 혹시 모르니 항암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원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고 결정을 내리려 했지만 검사 비용도 있고, 두 번째 암 발병이니 확실히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수술은 잘 끝났지만 폐 쪽에 있던 결절의 악성 여부가 PET-CT로…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 아내의 수술은 잘 끝이 났다. 그러나 수술 전에 폐 쪽에 또 다른 결절이 발견됐다. 0.7cm의 작은 결절. 정체가 확실하지 않았기에 수술이 끝난 뒤에 검사를 해보자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코로나로 인해 1인실이 아니면…
바라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아내의 조직 검사 결과가 악성으로 나온 것이다. 6년 전에 걸렸던 암과는 약간 다른 종류였다. 다행히 수술만 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전보다는 좀 더 큰 수술을 해야만 했다. 아내와는 담담하게 통화를 했다. 전화를 끊기 전,…
아내는 6년 전쯤 유방암 1기 수술을 마치고 완치 판정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 검사에서 문제가 의심되는 결절이 또다시 발견됐다. 의사 선생님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일단 수술로 결절을 제거하고 조직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처음 암세포를…
머릿속에 든 거라곤 롤러스케이트와 테니스 공 야구밖에 없었던 시절인 초등학생 때, 큰길 앞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할짝거리고 있으면 어느새 친구들에게 둘러싸이곤 했다. 이미 불길한 예감을 느낀 나를 신경 쓰지도 않고 녀석들은 서로 순번을 매겨가며 줄을 섰다. 암묵적 약탈…